
이지선
2019년 호주 멜버른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하며 빅토리아주립현대미술관 인근에 거주했고, 일상적으로 미술관을 오갔습니다. 그 경험은 작품을 ‘만드는 것’ 이전에, 예술이 공간과 사람의 삶에 어떻게 스며드는지를 관찰하게 만든 계기였습니다. 이후 학교에 복학해 다양한 활동을 탐색하던 중 코이카 해외봉사단에 지원했고, 2022년 졸업을 앞두고 에티오피아로 파견되어 독서교육 교보재 제작과 방과 후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그 중 아이들과 함께한 벽화 작업은, 이미지가 언어와 문화를 넘어 관계를 만드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몸으로 체감한 경험이었습니다. 귀국 후에는 전시와 일러스트 작업을 꾸준히 이어오며, 현재는 연극의 전반적인 시각디자인과 동화책 작업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연극과의 협업을 가장 선호하는 이유는, 극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하기 위해 여러 창작자들과 의견을 나누고 다양한 시도를 거듭하는 과정 자체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입니다. 저의 목표는 다른 이들의 작업을 빛나게 하는 그림을 그리는 작가가 되는 것입니다. 저에게 예술은 ‘포장지’와 같습니다. 아무리 강력한 아이디어라도, 그것을 담아낼 형식과 이미지가 없다면 그 의미는 충분히 전달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이미지는 이야기를 대신 말하기보다, 말이 건너가기 어려운 지점에서 감각의 문을 먼저 열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저는 수천년간 반복되어온 이야기와 질문들이 지금의 관객에게 다시 닿을 수 있도록, 그것을 담아낼 형식과 이미지를 고민하며 작업을 이어가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