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어깨가 아팠는데 오십견이겠지 하고 무심히 넘겼다. 건강에 자신이 있었고, 별명이 다람쥐라 할 만큼 날렵하고 민첩해서 ‘얄미운 친구’라며 친구들의 부러움을 샀기에 자만했던 것이다. 그러나 나이에 장사 없다는 옛말이 틀린 게 아니다. 어른들이 회갑잔치를 했다는 말을 들으면 ‘인생은 육십부터’라며 혼잣말을 웃음으로 버무렸는데 아프고 보니 뜻을 헤아리게 되었다.
초등학교 시절 학교에 갔다 오면 점심은 고구마였습니다. 건넌방에 큰 고구마 퉁가리 가득 담겨있어 생으로 깎아먹기도 했고 ‘큰 거는 씨앗 할 것’ 인데 먹었다고 야단맞기도 했습니다. 집집마다 양식을 아끼느라 여름이면 하지감자, 가을과 겨울엔 고구마를 점심으로 먹는집이 많았습니다.
명절이 코앞이라는 걸 알 수 있는 아파트 마당에 배달할 물건들, 그것을 나르는 택배기사들의 손이 분주하다. 이런 광경을 보며 첫해 명절전야 선명하게 머릿속에서 탈출했다. 3월에 결혼하고 10월중순경 추석이었는데 시댁은 시골이어서 첫아이 임신한지 3개월 정도 되었고 직장생활을 했지만 종가의 맏며느리라 전날에 가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