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 아빠는 박식하셔
딸아이가 아내와 대화 중에 느닷없이 ‘아빠는 박식하셔~’ 라고 하는 말을 옆에서 듣고 멍해진 순간이 있었다.
‘박식하다’는 말은 사전적으로 ‘지식이 넓고 아는 것이 많다’ 라는 의미인데, 과연 내가 그런 말을 들을 자격이 있는가? 라는 자조적인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박식하다’라는 형용사를 쓸 때는 무슨 무슨 박사를 지칭하거나, 또는 내가 어릴 때 어른들이 이것저것 사물에 대해 많이 아는 사람을 이르러 우스개 소리로 하던 ‘만물박사’의 이미지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딸은 둘 중에 어느 것을 지칭하며 한 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