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아북스

#28. 시집발간 제4차 회의

우편함으로 책 두 권이 배달되어 왔다. 
문학시대에서 보내온 수필집 한권, 그리고 낯선 시인이 보내 주신 시집 한권이다. 시집을 준비하고 있는 나로서는 책보다 좋은 선물은 없다.
조심스럽게 개봉하니 수필집은 문학시대 수필 제8집이다. 그 동안 코로나19로 인해 2021년 제7집을 끝으로 중단되었던 문학시대 수필가회 회원들이 드디어 발간한 ’추억의 방에 우리 모두’라는 수필집 제8집이었다. 
내가 수필을 공부한다는 것을 아시는 출판사 대표님이 그 책을 특별히 나에게 보내주신 것이다. 참 고마운 일이고 나는 글쓰기 공부에 더욱 정진해야 할 것이다.
 
시집 한 권을 보내주신 분은 문단에 문외한인 내게는 낯선 성함이라 프로필을 확인하고 인터넷에도 검색도 해 보았다. 그 분은 오랜 공직 생활을 퇴임한 후 문학의 길로 들어서서 늦은 연세에 다수의 시집과 수필집도 펴낸 시인 겸 수필가이시다. 그 분의 시집 속 ‘산수(傘壽)를 맞아’라는 시 속에 ‘내년이면 망구(望九)라 하지만’ 이라는 구절을 보면 올해 연세가 아마 80세이신 것 같다. 시집 발간이 2023년 4월이니 따끈따끈한 시집을 내게 바로 보내 주신 것이다. 새삼 존경스럽고 친필 사인과 함께 시집을 보내 주신 일이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니라서 사흘간 읽기를 끝내자 마자 감사 문자를 보냈다.
그러자 그 분으로부터 바로 답장이 왔다. 향후에 내가 시집을 내게 되면 반드시 보내 드려야 할 분이 또 한 분 늘었다. 이렇듯 책자를 직접 보내 주시는 분들도 계시고, 인터넷으로 세계 오지 여행기를 매번 보내주시는 여행작가님, 인생 후반에 자기 계발서 책을 내고 강의도 하며 젊은이 못지 않게 활동하시는 교수님이 보내주시는 글 등 내게는 소중한 글들이 모이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편집장인 딸애가 아이와 함께 집으로 왔다. 우리는 만날 때마다 시집 발행에 관한 회의를 한다. 이번이 공식적인 제 4차 회의인 셈이다. 그 동안의 진행 사항을 알려주고 앞으로 추진할 사항을 서로 교환하는 자리였다.
먼저, 시집의 제목을 무엇으로 할 것인지 논의했다.
참 어려운 난제다. 편집장은 내가 준비한 60여편의 시 중에서 대표시의 제목을 그대로 쓰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면서, ‘바람처럼 갈수 있으면’ 이란 시가 책 제목으로 어울릴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내었다. 우선 잠정적으로 그렇게 하기로 정하고 계속 생각해 보기로 했다.
 
그 다음으로, 60편의 시를 어떻게 분류하여 소제목을 어떻게 달 것인가였다. 시 분류는 지난번 회의 때 언급한 대로 장르별로 5가지 소분류가 되어 있지만,  내가 여러 시집을 읽어 본 경험으로는 그렇게 분류했을 때 독자가 다소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는 의견을 내었다.
편집장은 장르별 분류는 지루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 작가의 시를 이해하는데 깊이를 더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했다. 다소 긴 의견 교환 끝에 다음과 같이 소제목들을 정했다. 이것도 잠정적이다.
1부, 다시 세상 밖으로.  2부, 바람벽아래 사람들.  3부, 채움 대신 비움을.  4부, 바람처럼 갈수 있다면.
전문가들이 보면 웃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아마추어인 우리들은 이렇게 한 걸음씩 책 발간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끝으로, 60편의 시의 편집 순서를 정하는 일이었다.
현재는 시 제목에 따라 가나다 순으로 정리되어 있는데, 이 부분은 편집장이 정리하기로 했다. 내가 파일을 일괄해서 넘겨주면 편집장이 알아서 순서를 매기기로 한 것이다.
편집장은 우선 60편의 시를 A4용지로 출력해서 위 소제목에 맞게 분류를 하고 가편집을 가지고 다시 회의를 하자고 했다. 표지의 삽화는 아내의 그림으로 하기로 정했지만, 소제목의 삽화와 매 시마다 관련된 사진 배치 등 편집장은 앞으로 해야 할 일이 태산같이 많다. 전문가도 아니고 직장인으로써 휴일에 틈틈이 시간을 내어 진행해야 할 것이다.
 
말은 안 하지만 몸은 물론 마음고생도 매우 클 것이 틀림없다. 요즘은 봄철 비염까지 와서 코를 훌쩍이며 매우 힘들어 한다.
애초에 시집을 직접 발간하겠다는 시작부터가 잘못된 것은 아닐까? 라고 생각해 보지만 딸애 부부가 저렇게 열심이니 도무지 말을 입 밖으로 낼 수조차 없다.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지켜보며 마음으로 응원할 수밖에, 그리고 좋은 시집이 보이면 구해서 정보를 제공하는 수밖에 없다. 어쩌면 가족이기에 힘들어도 가능한 일이고 가족이기에 웃으며 한걸음 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 글을 쓰고 있는데 문자 메시지가 왔다.
리아북스 주인공 리아의 이모티콘이 완성되어서 보낸단다.  
예쁘고 귀여운 리아를 꼭 닮은 이모티콘이 환하게 웃고 있다.
앞으로 리아북스를 대표할 얼굴이다. 이 웃음처럼 앞으로의 미래가 밝으리라.

글쓴이

이종철

리아북스 대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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