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오전 산책길을 나섰다.
창곡천변 왕복 5km,
내 걸음으로 한 시간여 거리다
하늘을 보니 화창한 전형적인 봄날씨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평소와 달리
휴대폰에서 무심코 행진곡을 선곡했다.
개선행진곡이 흘러나온다. 그런데 이상하다.
손 따로 발 따로다.
초등학교 점심시간마다
운동장에 울려 퍼지던 익숙한 곡인데
4박자 맞추기가 어렵다.
나이가 들면서 걸음걸이가 느려지고
보폭이 좁아진 탓이리라.
걸음을 빨리하고 손을 크게 흔들어 보았다.
박자가 조금 맞아간다.
허리를 곧추 세우고 턱을 뒤로 당기고
팔을 더욱 흔들어 보았다.
오, 완벽한 4박자 행진이 된다.
갑자기 길 따라 늘어선 벚꽃나무가
꽃다발을 흔들며 환영한다.
나는 개선장군의 늠름한 걸음걸이로
앞으로 걸어 나갔다.
왼쪽 개나리 인파가 노란 손수건을 흔들며 환호한다.
곁눈질로 길 아래를 보니
명자나무들이 행진곡에 놀라
올망졸망 예쁜 봉오리를 오물거린다.
길바닥에는 제비꽃과 민들레가 뒤섞여
까치발로 개선장군을 구경한다.
나는 더욱 위풍당당한 걸음걸이를 뽐내며
행진을 계속했다.
오래된 버드나무에 난 새순처럼
봄날 산책길의 행진곡이
노장 가슴에 젊은 피를 흐르게 한다.
집에 돌아와 거울 앞에서 환복을 하는데
내 허리가 곧추 서 있고
어깨가 딱 벌어진 것 같다.
봄날 산책길에서 한 번쯤은 행진곡과 함께
개선장군이 되고 싶지 않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