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아북스

#24. 리아의 3번째 생일

3월 28일은 리아북스의 주인공 리아의 생일이다. 아이의 엄마 아빠가 직장인이라 주말에 아이 생일파티를 한다고 딸애로부터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집에서 간단히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는데 엄마 아빠 올 수 있는지 물어본다. 물론 간다고 하고 그때부터 우리는 바빠졌다.

아내는 아이 선물로 고민을 하다가 결국 딸애에게 전화를 걸었다. 리아가 요즘 모래놀이에 빠져있다고 하니 백화점에 가서 모래놀이 장난감을 사고, 그것만으로 부족했던지 예쁜 옷도 한 벌 사왔다. 나는 선물 대신 용돈을 줄 생각으로 은행에서 현금을 찾아 준비했다. 예전부터 생각해 왔던 동영상도 한편 만들어서 생일전에 미리 보내줄 생각이다.

부산에 큰 손주 때도 36개월 생일에 맞춰 동영상을 만들었는데 큰애 내외가 보고 감동이었다며, 아이가 자라면 추억으로 주겠다고 했었다. 물론 인사치레 말일 수도 있지만 흐뭇했었다.

동영상은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36개월 동안 찍은 사진 중에서 틈틈이 노트북에 저장해둔 사진을 이어 붙이면 된다. 36개월의 성장과정을 스토리 텔링이 되도록 연결하고 사진 하단에 재미있는 자막을 넣어서 배경음악을 깔면 된다. 전문가가 보기엔 어설프겠지만 나만의 동영상 한 편이 완성되는 것이다.

따뜻한 봄날에 태어난 리아의 영상 첫 장면은 벚꽃나무 사진 한 컷으로 시작하기로 했다. 이어서 출생 당시의 세상을 향해 힘차게 우는 모습을 넣고 엄마 아빠의 육아 사진들로 연결시킨다. 힘든 이유식과 뒤집기, 사족보행의 시작, 일어서기와 뒤뚱뒤뚱 걷기. 그리고 백일과 돌 잔치 사진도 물론 넣어야 한다. 아이가 장난감을 만지게 되었을 무렵부터는 요리하기, 장난감 드럼치기, 심지어 엄마를 따라 빨래를 개고 청소를 하는 어설픈 모습도 재미있다.

리아는 텃밭에서 자라는 농작물들을 만지기를 좋아해서 전원속의 사진이 많다. 사실 사돈은 건축업계에서 오래 일하시다가 지금은 전원 생활을 하신다. 현직에 있을 때 곤지암 근처 산속에 노후를 위한 땅을 구했고 그 곳에 직접 설계한 전원주택을 지었다. 사돈 내외도 나처럼 어릴 때 시골에서 자라서 전원 생활이 그리웠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사돈은 집 옆에 사위네 집도 하나 만들고 텃밭을 최대한 크게 배치했다. 리아가 농작물에 관심을 많이 가지는 이유도 주말이면 곤지암으로 가서 전원생활을 하기 때문이리라. 작은 손으로 옥수수도 따고, 상추와 깻잎을 따서 쌈을 먹을 줄도 안다. 감자를 캐고 가지와 오이를 자기가 따겠다고 떼를 쓰는 사진도 여러 장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전원생활을 하며 참 예쁘게 잘 자라고 있다. 어쩌면 이것도 사돈이 바라던 꿈의 하나였을 수도 있다.

동영상 2부는 아이가 여행을 갔던 속초와 제주여행으로 꾸몄다. 속초 푸른 바다와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장난하는 장면은 30여년 전 둘째 애 자랄 때 함께했던 여행이 떠오른다. 당시 사진 몇 장이 남아있지만 더 많은 사진이 없어서 아쉽다. 이렇게 영상으로 만들어 두면 먼 훗날 아이와 엄마 아빠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제주여행은 내가 나중에 동영상으로 만들 셈으로 부지런히 사진을 찍었던 덕에 사진이 많아 고르기가 힘들다. 특히 부산 큰애 가족도 함께한 여행이라 더욱 그랬다.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과 아이들의 재미있는 표정들을 주로 골랐다. 이렇게 골라낸 사진을 연결하고 음악을 입히면 된다. 총 150장 중에서 10분 정도의 영상을 위해 110을 골랐다.

음원 한 곡당 재생시간이 3~4분이니 3곡을 선정하여 유료 음원으로 내려 받았다.

‘아기코끼리의 걸음마, 모짜르트의 작은 별 변주곡, 크러쉬의 beautiful’을 순차적으로 배경에 깔았다. 영상을 저장하고 재생해 보니 그런대로 괜찮은 것 같다. E-메일로 둘째에게 전송하고 동영상 보냈다는 문자를 보냈다. 저녁에 딸애가 지금 동영상을 보고 있다고 문자가 왔다. 가족이 모여 동영상을 보고 있는 모습을 휴대폰으로 중계를 하고 있다. 리아는 자기모습이 나오는 영상에 빠져서 열심히 시청 중이다.

리아야 생일 축하해.

할아버지 할머니가 너 생일 축하해주러 주말에 갈께.
좋아하는 흙놀이 장난감가지고 갈께. 안녕.

드디어 리아의 생일날이다.

어린이집 선생님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통신문을 받았다.

안녕하세요 리아 부모님 보내주신 케이크로 오늘 리아 생일 파티 너무 즐겁게 잘하였습니다. 감사드려요. 오늘 리아가 정말 정말 좋아 했어요: ) 그렇게 큰 목소리로 노래 부르는 모습을 처음 봤네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주인공 자리로 달려가 앉은 후, 직접 실로폰 악기 를 챙겨서 멋지게 가운데에서 연주도 해 주었어요. 파티용품 중 선글라스와 머리띠를 건네니 받아 들고 바로 멋지게 착용도 해주었네요! 친구들 또한 큰 목소리로 리아의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고, 악기 연주도 해 주었답니다. 또 다른 친구는 리아에게 그림을 그려 건네 주기도 하였네요. 오늘 단호박 카레라이스 한 그릇 먹은 후 후식으로 배와 생일 케이크도 맛보았어요. 기분 좋게 식사 마무리한 후 현재는 13시에 잠에 들어 곤히 자고 있습니다.

도란도란 개울물을 거슬러
둔덕 위 오솔길
공원 끝 자작나무 숲으로
숲은 에메랄드 빛 하늘로 반짝인다
개울가에 비스듬히 선 버드나무
막 감은 머리 빗어 내리며
바람결에 흐르는 애가지
연노랑 새 순이 조신하다
긴 겨울 곁을 지킨 의자
팔걸이와 등받이가
햇볕 아래서 졸고 있다
코끝을 간지럽히는 실바람
그대가 속살거리는
겨울 이야기도
봄이 되고

글쓴이

이종철

리아북스 대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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