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아북스

#21. 영어조기교육

 리아북스의 주인공 리아가 까만 눈을 반짝이며 셈을 한다. ‘원, 투, 뚜리, 포, …텐,.. 나인띤,.. 뚜엔띠원,..삪삡띠,’ ‘와, 대단한데’ 아내와 나는 박수를 쳐주었다. 의기 양양해진 리아의 카운터가 계속된다. 삡띠원, 삡띠투,..식스띠,.. 세븐띠,..에이띠원,..나인띠나인, 훈드렛,’ ‘리아는 다 셀 수 있어‘.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아이가 자랑스레 말한다. 우리는 또다시 힘차게 박수를 쳤다. 이제 겨우 세 살. 오는 3월 28일이면 만 3세가 되는 어린 아가가 영어로 100까지 세다니 나는 깜짝 놀랐다. 지난 해 8월쯤인가, 유아원 하원하는 차안에서 ‘1 2 3 4 …10 11 12 … 20 30 … 50 60 70 80 99 100’ 하며 셈을 할 때 도 우리는 리아가 똑똑한 아이라고는 생각했지만, 불과 몇 달 사이에 영어로 셈을 하다니 정말 대단한 일이다. 엄마 아빠가 직장에 다니니 영어를 가르쳐 줄 시간은 별로 없을 테고, 유아원에서도 내가 알기로는 영어 교육을 따로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둘째네 거실 벽에 한글과 알파벳 글자판이 걸려있고 글자 카드가 있지만 그래도 대단한 일이다. 아이는 알파벳도 A부터 Z까지 읽고 서툴지만 삐뚤삐뚤 써 나간다. H는 가운데 획이 길어 철봉 모양이 되고 Q는 아래 획이 길어 마치 나무모양이 되지만 소리 내어 읽으며 써 나가는 녀석을 보고 있으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며칠 전 다녀간 부산 큰애가 아내와 통화하는 소리가 들린다. 손주녀석이 봄방학을 맞아 영어학원을 알아보는데 학원에서 테스트를 한 모양이다. 내용인 즉슨 아이의 영어 수준이 고등학생 수준이 된다는 것이다. 3월이면 3학년이 되는 초등학교 학생의 영어 읽기 듣기 쓰기가 고등학생 수준이 된다는 것이다. 아내는 ‘아이를 너무 공부 공부하며 잡는 게 아니냐’ 고 말한다. 큰애는 주위에서 다들 자녀 교육에 열을 올리니 따라서 학원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나는 영어를 국민학교(초등학교) 졸업하고 요즘 같은 봄방학 시즌에 동네 고등학생 형으로부터 배웠다. 그때 형은 공책에 알파벳 대문자와 소문자, 그리고 그 아래에 한글로 발음을 적어주었다. 나는 농한기 부업을 도와주며 틈틈이 알파벳을 익힌 게 전부였다. 그리고 부산에 있는 중학교로 진학했는데, 도회에서 자란 아이들은 벌써 영어책을 읽을 줄 알았다. 당시 우리 반은 해외 봉사단이 특별히 영어를 가르쳐주었다. 즉 ‘네이티브 스피커’로 부터 배운 셈이다. 아이들이 미리 배워 온 ‘디스 이즈 어 펜”의 발음은 선생님의 ‘디스스 펜’에, ‘애플’은 ‘애뽀~’에 당황해했지만 나는 잘 따라 했고 선생님의 칭찬을 받았다. 그렇게 시작된 나의 영어에 대한 관심은 후에 내 아이들을 어학연수는 보내야 겠다는 당시 서민들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을 했고 아이들도 잘 따라주었다.  항공료와 입학금, 몇달치 등록금만 주어 보냈는데 아르바이트로 마련한 학비로 무사히 연수를 마치고 귀국한 두 딸애가 대견하고 고마웠었다.

 지구촌에서 영어를 공용어로 쓰는 국가는 약 70여개 국이며 사용인구는 약 21억명이라고 한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의사를 소통하는 도구로는 언어를 포함해서 몸짓이나 문자, 그림 등이 있지만, 소통의 동시성을 가진 도구로는 역시 상호 동일한 언어를 사용할 때일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교육열이 높은 우리나라 부모들의 입장에서는 자녀들이 이런 공용어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하게 하고 싶고 그래서 영어 조기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유아는 만 24개월 무렵부터 언어를 습득하는 능력이 월등히 높아진다고 한다. 또 부모가 각각 다른 언어를 쓰는 경우 유아는 쉽게 두가지 언어를 습득하는 TV 연예프로도 많이 보았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에는 3세 이전에 2개 언어를 접하면 유아가 모국어 습득에 장애가 생긴다는 의견이 33%나 된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영어 조기 교육 언제부터 하는 것이 좋을까. 머지 않은 장래에 제각기 다른 언어를 쓰더라도 AI가 실시간으로 소통시켜주는 세상이 올텐데. 새삼 성경에 ‘교회에 성령이 내려와 모든 사람들이 다른 말을 해도 알아듣는다’ 구절이 생각난다.  손녀 리아의 첫돌을 맞아 쓴 시가 있다.

누가 감히 세월이 빠르다고 하나
누가 감히 1년은 금방이라고 하나
1년은 365일
시간으로 8760시간

엄마는 시간 수만큼 아픈 젖을 물리고
아가는 물린 양만큼 예쁜 똥을 눈다
엄마는 눈을 뜨고 잠을 자고
아가는 눈을 보며 꿈을 꾼다

엄마가 '어엄~마'를 눈으로 가르친 시간
아가가 '아압~빠'를 입으로 방긋거린 시간
엄마가 가슴 아리게 보낸 시간이다

뒤집기는 훌륭한 운동선수의 소질이라고
네발로 걷는 자세는 아이돌이 될 가능성이라고
잼잼이는 뛰어난 천재성의 발견이라고
아빠가 입이 아프게 바보가 된 시간이다

리아야, 예쁜 우리 아가야!
너는 이제 삼라만상의 중심
네가 바라보는 곳마다 세상은 열리고
네가 생각하는 대로 세상은 돌아가리
세상의 모든 지혜는 너를 위해 준비되었고
네가 가꾸는 운명은 너의 곁에서 너를 지키리

오늘은 100년을 위한 첫번째 날
경사의 날 기원의 날
축복의 하루
너의 첫돌이다

글쓴이

이종철

리아북스 대표시인

최신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