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아북스

#19. 2월에는

제주도는 벌써 유채꽃이 만발하여 관광객이 붐빈다는 소식이다.

2월 중순이면 한라산 정상은 여전히 눈꽃으로 설경을 이루지만 유채꽃의 명소 성산일출봉 인근에는 유채꽃이 개화를 시작한다.

나는 서울에 살지만 예전에 대표로 재직했던 한 회사의 사업장이 성산일출봉 근처에 있어 개화 시기를 잘 알게 되었다.

유채꽃 꽃말은 ‘쾌활’이다. 샛노란 유채꽃과 푸른 바다가 조화를 이루는 풍경은 바라보는 내마음을 희망으로 부풀게 했다.

아이들처럼 유채꽃 꽃밭에 들어가 사진을 찍기도 하고, 현장 업무차 표선면 녹산로를 따라 드라이브할 때면 양쪽 길가에 늘어선 유채꽃밭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잠시 차를 세우곤 했다.

그렇게 찍은 사진들을 동료들과 공유하면서 새해 사업계획이 밝은 유채꽃처럼 달성될 것 같은 희망에 젖으며 즐겁게 일했던 기억이 난다.

창곡천변 산책로는 아직 겨울잠에 빠져 있지만, 가까이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봄기운을 느낄 수 있다.

땅은 습기를 머금어 축축하게 젖어 있고 잔디와 풀은 물먹은 솜처럼 나른하게 늘어졌다.

눈을 들어 벚나무를 올려다보니 성냥알 같은 갈색 몽오리가 가지마다 달렸다. 곧 박차고 나가 온몸에 불을 붙일 기세다.

수양버드나무는 언제부터였는지 연둣빛이 도는 실가지를 늘어뜨리고 있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자연은 봄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2월은 아직 춥지만, 다가올 봄을 기다리는 마음만은 따뜻하다.

벽장 속에 겨우내 말린 씨앗
한 웅큼 꺼냅니다

뒷산 청솔가지에
잔설 한 덩이 털어 담습니다
얼음 풀린 개울물
한 바가지 길어 옵니다
오다가 양지쪽 따스한 햇살
한아름 베었습니다

​메마른 벌판에
아지랑이 만들어 피우려고요
개울물 따라 숲으로 난 길에
봄 씨앗 뿌릴려구요

맨발로 오시는 님
마른 발등에 초록물 들겠지요
푸른 옷 입고 오시는 님
옷고름자락에 꽃향기 배어들겠죠

산수유나무 아래서
푸른 님을 기다립니다
서성이다가 혹시 몰라서
앞산 진달래 능선에 올라봅니다

글쓴이

이종철

리아북스 대표시인

최신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