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아북스

#17. 회의

“아버님, 날 풀리면 프로필 사진 찍으러 나가시죠.”

명절 연휴에 찾아온 사위가 저녁식사를 끝내며 말했다.

갑자기 뜬금없는 사위의 말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딸 부부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 딸아이가 내 책에 들어갈 프로필 사진을 전문 스튜디오에서 찍겠다고 했었다.

처음 들었을 때에는 멋쩍게 웃어 넘겼다.

자연스럽게 리아북스 시집 발행 2차 회의가 시작되었다.

거실에 앉아 그림을 그리던 리아가 같이 놀아 달라고 떼를 쓴다.

딸이 아이를 무릎에 안아 올리며 대화에 합류한다.

“그렇지, 리아북스 회의에 리아가 당연히 참석해야지.” 나는 웃으며 말했다.

발행인인 사위는 8월 말까지 완성본을 받으려면 5월쯤에는 책 형태가 완성되어야 한다며 내가 원하는 편집 방향을 알려달라고 한다.

나는 편집을 잘 모를 뿐만 아니라, 책 발행에 관한 모든 사항을 아이들 마음대로 하도록 할 참이었기에 이전까지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책장에서 내가 좋아하는 특색 있는 시집을 꺼내어 보여주면서, 시와 함께 사진이나 그림을 넣으면 어떻겠냐고 물었다.

딸은 삽화는 물론이고 양장본으로 만들면 좋겠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은 아내는 비용이 늘어난다고 걱정했지만, 발행인은 비용은 2차 문제인데 책의 부피가 너무 커지지는 않을까 고민한다.

그림이라는 말이 반복해서 나오자, 리아가 자기가 그린 사과를 보여주며 “애플, 애플”하고 끼어든다.

사과 그림 옆에는 ‘A’가 삐뚤 삐뚤 써져 있다. 다 같이 웃으며 박수를 쳐주고 다시 회의를 진행한다.

내가 작품 약 30편에는 사진이 첨부되어 있다고 하자, 사위는 스마트폰 사진은 해상도 문제가 있지만 조금 흐려도 의미가 있을 듯 하니 고려해보자고 한다.

삽화는 아내가 그린 추상화 몇 점이 들어갔으면 좋겠고, 특히 표지 일러스트레이션으로는 지금 그리고 있는 작품이 제일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나는 가끔 아내가 작업하는 방을 드나들면서 작업 중인 그림을 보고 있는데 최근에는 그리기를 중단한 듯 오래도록 그대로다.

아내가 언제쯤 작품을 계속할려나, 왜 멈추고 있을까. 잠시 아내의 그림에 대한 생각에 잠겼다.

그 밖에도 회의 중에 작품의 배치 순서나 작품 해설 요청, 출간 전 언론 인터뷰 문제 등이 논의되었다.

아이들의 계획을 듣다 보니 자꾸만 일이 커진다.

‘나는 그냥 시인으로서 소박한 시집 한 권 내고 싶었는데. 들판의 작은 들꽃처럼 그저 그 자리에 있는 책 한 권이면 되겠는데.’

나도 모르게 걱정스러운 눈으로 아내를 쳐다보았다.

사위가 내 마음을 읽은 듯이, 모든 사람에게 다 감동을 줄 수는 없지만 누군가 단 한 편이라도 읽고 좋아하면 되지 않느냐,

아버님의 시는 이미 심사위원들의 인정을 받은 작품이지 않느냐고 격려한다.

그렇게 회의가 마무리 되었고, 날이 풀리면 사진관에 가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삽화를 고르려면 나도 스마트폰 사진을 추려 보아야겠다.

한 권의 책이 그냥 되지는 않는구나.

독립출판으로 경험삼아 시작한 작은 도전이지만 제대로 한 번 해봐야겠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아니 후회하지 않을 삶이야 없겠지만,

그 후회를 조금이라도 줄이기위해서 지금 최선을 다 해보자.

인터넷으로 편집관련 검색을 해서 공부를 더 많이 해야겠다.

새삼 출판 분야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존경스러워진다.

글쓴이

이종철

리아북스 대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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