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행을 가면 마구잡이로 사진을 찍어온다.
인물사진은 물론이고 풍경이나 꽃, 나무, 동물 등 눈에 보이는 대로 가능한 많이 찍는다.
여행기간은 짧아도 2-3일 이상, 동행이 있으면 더 좋은 여행 사진이 나오는데,
그 사진들로 여행 후기 동영상을 만드는 것이 나의 취미 중 하나이다.
내가 동영상을 알게 된 건 10여년 전 일이다.
직장선배 몇 분과 같이 일본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
그 때 사진에 조예가 있는 분이 여행 과정을 찍은 사진으로 영상을 만들어 CD에 담아 주셨다.
1년쯤 지난 후에 우연히 그 영상을 보고 좋아서 나도 인테넷 검색도 하고 책도 읽어가며 공부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 여행 때는 내가 영상을 만들어 그 선배에게 보여 주었더니 제법이라고 칭찬을 받았다.
나는 그때부터 가족여행이든 친구끼리든 여행을 가면 사진을 찍기 바쁘다.
동행한 사람들에게도 최대한 많이 찍어 놓으라고 부탁한다.
함께 찍은 사진들을 시간 순으로 배열하기만 해도, 여행의 추억이 생생하게 담긴 훌륭한 영상이 된다.
요즘은 포토 동영상 만들기 앱으로 누구나 손쉽게 영상을 만들 수 있다.
내가 지금까지 만든 영상은 약 30여편인데, 그 중에서도 딸애와 아내가 함께한 파리여행 영상이 가장 좋다.
시간이 흐른 후 영상을 보면 당시 감정이 떠올라서 마치 다시 그 곳을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시청하는 모든 사람이 그 느낌을 공유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함께 한 동반자라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한 번쯤 여행 동영상 만들어 보기를 권하고 싶다.
스토리가 있는 영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전체 사진량이 약150장 정도가 좋다.
1장당 6초씩 노출하면 15분 정도의 영상물이 된다. 경험상 너무 길면 보는 사람이 지루할 수 있다.
각 사진마다 하단에 간단한 자막을 넣어주면 당시의 느낌을 살리고 사진만 보는 밋밋함도 줄여준다.
다만 너무 글자가 많으면 자막에 관심이 쏠려 영상을 보는데 소홀해진다.
자막의 문체는 나레이터 형식이 좋다.
가족여행이라면 아이의 대화체형, 친구끼리라면 리더의 독백형 등이다.
영상을 만들 때 배경음악의 선택은 매우 중요하다.
배경음악 없이 영상을 보면 세상 재미없는 무성활동사진이 된다.
보통 음악이 곡당 3분간 재생되므로 15분짜리 영상이라면 1편에 5곡이 삽입된다.
미리 선정한 음악을 음원사용료를 지불하고 내려 받아 영상에 삽입하면 된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각 사진마다 움직임을 달리 하면 시각적으로 훨씬 더 동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첫 장은 제목과 여행장소 및 날짜를 넣고 끝장은 간단한 여행소감을 넣는다.
누군가가 말하길 소설이 한편의 영화라면 수필은 사진이고 시는 그림에 비유할 수 있다고 했다.
소설은 영화처럼 스토리가 있어야 하고, 수필은 생생하게 써야 하며,
시는 그림처럼 독자에게 영감을 줘야 한다고 말이다.
어릴 적, 내가 사는 시골마을에는 극장이 없었다.
대신, 가설극장이라고, 시장터 공터에 천막을 둘러치고 밤에 영화를 상영하는 임시극장이 문을 열었다.
나는 극장에 몰래 들어가 공짜 영화를 보곤 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인가 붙잡혀 혼이 난 적도 있었다.
그 때 본 ‘왜란’이라는 이순신 장군의 전사 장면은 나를 위인전에 빠져들게 하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그림이나 사진에 관심이 많고, 특히 동영상 제작에 빠져 있는 이유는
아마 어릴 때부터 훔쳐본 가설극장 영화 영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늦깎이 프로젝트가 15호째가 되었다. 새해 첫날 문득 한가지 계획이 떠올랐다.
프로젝트의 1년의 전 과정을 사진에 담아 동영상으로 만들어야 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마지막 편집과정을 자세히 담아서 책이 완성되어 나오면,
리아북스의 주인공이 책을 들고 웃고 있는 모습을 담는 것으로 끝내면 좋을 것 같다.
배경음악 중 한 곡은 브루스 윌리스가 부르는 ‘Save the last dance for me’를 넣고 싶다.
중년의 시니컬한 목소리의 음색이 좋고 지루하지 않은 춤곡,
그러면서도 간절한 사랑을 보여주는 가사가 지금의 내 감정과 맞을 것 같기 때문이다.
‘Don’t give your heart to anyone’
‘So darling, save the last dance for me’
‘The very last dance’
‘For me’.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