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12월. 31일, 올해의 마지막 날이다. 사람이 정한 1년의 끝날이다.
오늘이 끝날이고 내일은 또 다시 시작하는 1년의 첫날이다.
1년 365일. 고대 이집트인들이 밤하늘에 빛나는 시리우스(큰개별, 동양에서는 늑대별) 별이
태양과 함께 나란히 뜨는 날, 나일강이 범람하는 날로 관찰하고 이날을 초하루로 정했다고 한다.
그리고 1년이 대략 365일이라는 것을 알아냈고, 하루와 1년의 간극이 너무 커 중간 단위의 달을 만들었는데
한 달을 30일로 정하여 12달을 만들고 나머지 5일은 쉬는 날로 하였다 한다.
기원전 4200여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이 달력은 고대 로마시대를 거치며
율리어스력, 그레고리력으로 점차 정교화되어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달력이 되었다.
1년의 시작인 1월 1일은 밤이 가장 긴 날인 동지로부터 10여일 후인데 이때부터 추위가 강력해진다.
(물론 지구의 남반구에 위치한 사람들에게는 그 반대로 여름이지만).
그것은 결과적으로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하는 시점에 1년을 뒤돌아보면서,
희망하고 계획했던 일들이 이루졌다면 성취감에 기뻐할 것이고
부족하거나 실패하였다면 실망감을 느낄 것이다.
사람들은 과거를 회상하면서 반성하고 더 나은 삶을 위해 다시 계획을 세우고 희망을 가진다.
그러기에 돌아올 봄을 기다리는 겨울이 제격이리라 생각된다.
그런 점에서 1년의 끝을 봄이나 가을, 아니면 여름으로 정한 것 보다
겨울로 한 것은 잘한 것 아니냐 라고 나는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지난 1년은 나에게 매우 의미있는 한해였음에 틀림없다.
잃었던 건강을 회복하여 먹고 싶은 것 가리지 않고 마음껏 먹을 수 있게 되었고
심호흡도 할 수 있어 좋아하는 운동도 다시 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의 생에 전환점이 되어 새로운 삶의 의미를 가져다준 시인으로 등단한 해이기도 하다.
지금 이렇게 자판을 기쁘게 두드리고 있을 수 있는 것도 시인의 꿈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우리 나이로 칠십이다.
아이들이 칠순에 맟추어 시집을 내기로하고 지금 준비중이다. 내년이 특히 기대되는 이유다.
10여년 전 시를 공부하기 전에 직장생활 하면서 쓴 12월 31일의 글을 소개하고 싶다.
사람이 살기위해 만든
1년이 저물어 갑니다
베풀줄 모르고,
매일 바라기만 한 365일
구세군 남비 앞에서 부끄럽습니다
오늘과 다를 바 없는
내일이지만,
사람이 살기위해 만든
또다른 1년이 시작됩니다
나의 1년도 어김없이 시작됩니다
'내일부터 다시 하겠습니다'
부디 다른 한 해가 되기를!『세모』 - 이종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