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는 목요일에 손녀를 유아원에서 하원 시켜 우리집으로 데려왔다.
딸 아이 부부가 퇴근 후 우리 집에 와서 하루 자고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손녀-는 까만 눈이 똥그랗게 더 예뻐진 것 같다.
서툴지만 그림도 그리고, 아직 읽지는 못하지만 책 보는 자세가 똑똑해 보인다.
특히 동화책 그림을 볼 때는 엄마가 읽어준 내용을 상상해 가면서 제법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아이가 말과 표정, 동작을 하나씩 익혀 나가는 과정, 커가는 모습이 매주마다 확연히 느껴진다.
내가 매주 이메일로 보내는 늦깎이 프로젝트는 어떻게 되어가는지 궁금하던 차에 딸아이가 단톡방을 보란다.
독립출판사 리아북스 블로그가 11/20일에 만들어져 창립 공고와 함께 내 글이 1호~5호까지 게시되어 있다.
설레임을 누르며 1호부터 읽어 나갔다. 내가 쓴 글인데도 다소 생소한 느낌으로 읽혀진다.
그도 그럴 것이 중요 부분은 굵은 글자로, 주제나 핵심단어는 색상글자로 바꾸어 놓았다.
행간의 띄어쓰기나 줄 바꿈도 많이 바뀌어 있었다.
혹시 내 원고와 내용도 달라졌나 싶어 원고와 대조해 보니 내용은 달라진 부분이 없다.
그런데도 보기 좋고 읽기가 쉬우며 더 재미있게 느껴진다.
그렇다. 꾸미기에 따라서 같은 내용도 더 좋게 느껴지기도 하리라.
갑자기 어릴 때 쓰던 ‘화장빨’ 이란 말이 생각나, 속어이겠지 하면서도 혹시나 하며 국어사전을 찾아보았더니,
‘화장(化粧)발’로 표기되어 ‘화장을 하여 실제보다 예쁘게 보이는 효과’라고 설명되어 있다.
내 글이 아직 서툴지만 시각적으로 변화를 주니까 문장이 화장이 되어 좋게 보이는 것이구나.
딸아이는 웃으며 ‘아빠가 글을 잘 써 주셔서 그런 거예요’ 라고 말해준다. 어쨌던 기분이 좋았다.
내 글을 보다 멋지게 만들어 준 딸애 부부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매주 글쓰기를 즐기면서 손녀 리아가 커 가듯이 나도 하루 하루 더 나아졌으면 좋겠다.
다소 늦더라도 천천히.
달리는 내게 말한다
숨차니 좀 천천히 가자고,
가끔씩 쉬어 가자고
이러다 내가 다치면
내 수발 들어 줄거냐고
나는 무시하고
달리고
계속 달렸다
달리다가 지름길이 있으면
진창이고 울타리고 가리지 않고
그 길로 내달았다
목발이 수발들고 있는 지금
내 수발(鬚髮)이
하얗게 세고 있다『발 이야기』 - 이종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