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오랜만에 친구들과 스크린골프를 치다가, 그 어렵다는 홀인원을 했다.
친한 친구 다섯이 부부모임이 있는데 가끔 남자들끼리 모일 때는 골프를 친다.
(말이야 골프지만 비용과 이동시간 거리 등을 고려해서 스크린 골프장을 주로 이용한다.)
사실 골프라는 스포츠도 이제 대중화가 되었다.
우리나라 골프인구가 2010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다가 코로나 사태로 근래 2~3년 사이에 급증하여, 지난 해 무려 560만명을 넘어 일본보다 많다는 통계가 있다. 스크린 골프장을 이용하는 골퍼도 엄청 늘어나서 요즘은 예약하지 않고 그냥 갔다가는 허탕치기 일쑤다.
아무튼 모임에서 지난 달에 미리 예약해놓은 골프 모임에서 생각지도 못한 홀인원을 한 것이다.
친구들의 축하를 받으며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홀인원을 하면 3년간 운(運)이 좋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로 골퍼들에게는 동경의 대상이고 꿈의 용어다.
그래서 당사자에게는 패를 만들어주고 당사자는 동반자들에게 후한 뒤풀이를 해 준다.
오죽하면 홀인원 보험까지 있을까.
운(運)이라는 한자를 풀어 보면 군대를 뜻하는 軍자와 쉬엄쉬엄 간다는 뜻의 辶자가 결합하여 된 글자이다.
6즉, 사전적으로는 ‘움직이다. 돌다. 운용하다’ 등의 뜻이 있는 한자어다.
그러니까 ‘운 또는 운세 가 좋다’ 라는 말은
‘사람의 삶이 좋게 움직인다.’ 또는 ‘행복한 삶을 살게 된다.’ 정도로 풀어도 될 것 같다.
그 날은 내가 장애인이 된 이후로 그렇게 단순히 행복했던 기억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들떠서 즐거웠다.
그 조그만 공 하나가 홀 속으로 들어간 것이 그렇게 행복해 할 일인가 싶다.
곰곰 생각해 보면, 그 홀인원은 그 동안 내가 건강을 위해 규칙적으로 체력을 다지고 연습장에서 매일 꾸준히 연습한 결과이리라.
내 샷이 정확해지고 방향성이 좋아졌기 때문이지 결코 운만 좋아서 우연히 생긴 일은 아니리라.
프로 골프선수들이 일반인보다 월등히 홀인원을 많이 한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알 수 있지 않는가 말이다.
내가 홀인원을 했다고 아내에게 얘기했더니 복권이라도 사야하는 것 아니냐며 웃었다.
나도 그럴까, 하고 웃어 넘겼지만, 순간 한동안 잊고 있었던 신춘문예 응모 생각이 났다.
‘그래, 마지막으로 2023년 신춘문예에 한 번 더 도전해보자.
그 동안 공부한 시 창작의 실력으로 한 번 더 도전해서 전문가들의 평가를 다시 한번 받아 보자.’
그 날의 홀인원은 그렇게 운을 떠나서 나에게 신춘문예에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다주었다.
– 인간의 마음은 나이와 상관없이 나약한 것인가? 아니면 내가 아직 덜 성숙한 탓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