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 간다.
매일 다니는 산책길이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울긋불긋 한 폭의 수채화를 그리고 있다.
따사로운 햇살을 이기지 못하고
일찍 낙엽이 된 마른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며 발걸음을 붙잡는다.
가을 시 한 편이 그려지는 풍경이다.
지난달 19일에 모 문예지 편집주간으로부터 E-메일 한통을 받았다.
겨울호에 실을 시 2편을 보내 달라는 원고 청탁서였다.
시인이라는 내 존재가 알려진 것 같아 기쁘기도 하고 설레었다.
엊그제 시인이 되어 아직 시집 한 권 내지 않은 신인에게 청탁서가 왔으니…
나로서는 매우 흥분할 일이었다.
보낼 내용은 미발표 신작시 2편과 함께 얼굴사진, 등단연도, 시집 몇 권, 수상 몇 번 등등…
공란으로 보내야 할 부분이 많아 조금 창피하기도 하다.
아직 가을이라 겨울 시를 쓴다는 게 막막하게 느껴졌다.
노트북에 저장된 자작시 80여편을 뒤적이며 며칠을 고민하다
눈 오는 날의 밤 풍경과 매미의 생태에 관한 서정시 2편을 선택했다.
원고 청탁 건은 이렇게 마무리 되었지만,
내년 시집 출간 스케쥴에 맞추려면
당장 월말까지 50편 정도를 골라내야 하고,
다음 달부터는 수정과 탈고를 할 계획이다.
틈틈이 산책길에서
보이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이 좋은 계절을 노래하는 가을 시도 쓰면서.